그 중 한팀은 나랑 10년 넘게 같이 일해온 A팀장이 관리하고, 다른 팀은 2년전에 새로 뽑은 B팀장이 관리한다. B팀장은 나보다 나이가 많다.
그런데 B팀장의 업무 퍼포먼스가 기대했던 것 보다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관리만 잘한다면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그도 두 아이의 아빠이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인데 기대보다 못한다고 자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런데 인사평가 시기가 되니, 갑자기 B팀장이 자신에게 팀원을 평가할 권한을 달라고 한다. 회사의 룰에는 임원만 평가하게 되어 있어 불가한 일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평가하지 않으면 령이 서지 않는다 한다.
그래서 양쪽 팀 모두 팀장이 평가를 하도록 하고 그 평가를 받아 보았다.
나는 팀원 중 누군가를 찍어내려고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B팀장이 제출한 평가서를 보니 예측대로 특정한 한 명에게 가혹한 평가를 내렸더라. 그런데 그 팀원은 나랑 호흡을 맞추어 몇번 일했던 나름 유능한 친구... 난감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작년 회사 실적이 안좋아서 올해 연봉은 동결이란다. 그래서 인사평가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올해는 일단 B팀장의 평가를 그대로 수용하되, 약간 마사지만 했다.
어쨌든 이 일이 있은 뒤 B팀장에 대한 나의 신뢰는 많이 무너졌다.
가만히 보니 그는 프리젠테이션 한번 한 적이 없고, 문서 한번 작성한 적이 없다. 나는 내가 거의 다 한다. B팀장에 일을 시키면 그는 어떤 식으로든 부하 직원으로 일을 할당하고 자기는 빠진다. 뭐 팀원은 활용한다는 측면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전체 회의를 할 때 자기가 한 일을 발표하는데, 과장이 좀 심하다. 뭔가 말은 많이 하는데, 결국 자기가 한 일은 없다. 그냥 핸들링하고, 관리한게 다란다. 그러면서 그것들을 모두 언급함으로서 자기가 한 일이 되어 버린다. 회의에 참석하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한 일을 얘기한다.
사장의 얘기로 언젠가 B팀장이 자기를 미국 주재원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원래 사장은 나에게 미국 주재원으로 나가라고 했다. 그런데 국내일이 불안해서 안되겠다고 고사했다. 그런데 B팀장은 자식의 교육 문제로 미국에 나가고 싶단다.
회사 일이 장난도 아니고 사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지, 비지니스도 만들지 않고 미국 주재원 발령의 편의를 봐달라고 했다니 참 어이 없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같이 일했던 친구들과는 결이 너무 다르다. 그 B팀장과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점점 더 냉정하게 그를 대하는 내가 느껴진다.